정부가 식용 생강의 저율관세할당(TRQ) 수입 계획을 밝혀 생산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생강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저렴한 수입 생강이 유통될 경우 수확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는 5월26일 제24차 비상경제차관회의를 열고 생강 등 주요 농축산물의 가격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가격 강세가 계속되는 생강은 TRQ 물량을 증량해 국내산 수확기 이전까지 시장에 유통함으로써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재부는 5월30일 추가 보도자료를 내고 “제22회 국무회의에서 높은 먹거리 물가에 따른 가계 부담 완화 등을 위해 7개 농축수산물 관세율을 6월초부터 크게 인하하기로 결정했다”며 “생강은 지난해 작황부진 영향으로 소비자가격이 이미 크게 올랐으며 하절기에도 높은 가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낮은 세율(377.3%→20%)이 적용되는 시장접근물량을 1500t 증량해 하절기 수급불안을 해소하고 신속한 가격안정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TRQ로 수입하는 생강은 모두 식용으로, 저율관세 적용 기간은 9월말까지다. 정부는 실제 수입물량도 하절기 수급 상황에 따라 합리적으로 조절하겠다는 방침도 전했다.
정부의 생강 TRQ 수입은 올들어 두번째다. 파종기를 앞둔 1분기에 종자용 생강 1860t의 TRQ 수입을 추진한 바 있다. 이번에 식용 생강의 TRQ 수입을 추가로 도입한 이유는 현재 생강값이 강세를 띠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5월30일 기준 전국 주요 도매시장에서 생강은 상품 1㎏당 평균 1만1880원에 거래돼, 지난해(3526원)와 평년(6927원)보다 높았다.
이는 생강 재배면적이 감소하며 지난해 생산량이 대폭 줄어든 것이 주요인으로 파악된다. 2021년말 생강전국협의회·한국생강생산자연합회 등 생산자단체는 2021년산 생강값이 폭락했다며 정부에 종자용 생강 TRQ 수입 중단을 촉구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TRQ 수입을 운용하지 않았고, 생산자단체에서도 재배면적 조절에 나선 결과 지난해 생강 재배면적이 크게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생강 재배면적은 1991㏊로 전년(3231㏊) 대비 38.4% 감소했다. 이에 따라 생강 생산자단체 등 업계에선 지난해 생산량을 약 2만2000t으로 추산, 전년(3만5842t)보다 4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올해 생강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나 TRQ 수입이 수확기 생강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농협경제지주가 올 2월 생강전국협의회 소속 농협을 대상으로 재배의향 조사를 진행한 결과 약 2600㏊로 지난해 대비 32% 늘어난 것으로 예측됐다. 농협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라 전체 재배면적은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운회 생강전국협의회장(전북 완주 봉동농협 조합장)은 “올해 종자용 생강값이 높았기 때문에 실제 파종면적은 재배의향 조사 때보다 소폭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생강값 강세 영향이 이어지면서 올해 전체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났다는 게 산지 관계자들의 중론”이라고 설명했다.
거기다 소비부진으로 지난해산 생강 재고가 남아 있어 수입 생강이 유통될 경우 시장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생강 유통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생강 생산량이 줄었다고는 하나 극심한 소비부진으로 재고가 7000∼8000t 남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생강값 강세는 농가들의 기대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상당히 거품이 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의 수입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생강 저장업체 등에서 서울 가락시장 등으로 물량을 밀어낼 조짐이 나타나 조만간 가격 하락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우상원 충남 서산 부석농협 조합장은 “생강은 가정용 소비가 많지 않아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국내 소비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입 생강을 들여오면 수확기 생강값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생산자들은 지난해 재배면적 조절 등 생산자단체의 노력으로 수취값 상승을 이끌어냈지만 정부의 수입 계획으로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희문 한국생강생산자연합회장은 “2021년산 가격이 폭락하자 생산자단체가 결의해 수급조절에 나섰고, 그 결과 지난해산 값이 오른 것”이라며 “모든 생산비가 오른 판국에 그나마 수취값이 올라 버틸 수 있었는데, 정부의 수입 계획으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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